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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바의 여행

2018 일본 닛코: 토쇼구에서의 단상

2018년 7월의 여름 일본 토치기현의 닛코 방문기입니다

닛코는 에도 막부의 창시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능인 <토쇼구>가 있는 곳으로, <토쇼구>는 <후타라산 신사>,<린노지> 등과 함께 닛코의 신사와 사원으로 묶여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토쇼구>는 천하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권세를 보여주듯 금박으로 뒤덮인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가 보통 일본 신사, 라고 하면 떠올리는 절제된 느낌, 정적인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토쇼구>의 유명한 원숭이 세 마리(나쁜 것은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잠자는 고양이 등의 조각도 보았습니다만 솔직히 그것들이 왜 그리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고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토쇼구>의 정문을 떠받치는 여러 기둥 가운에 하나를 일부러 거꾸로 박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완성시키면 완성한 그 즉시 쇠퇴가 시작되기에 아예 완벽을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건축 과정 중 미스를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독특하고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한 철학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공들여 무언가를 얻어낸 시점, 그 정점을 시작으로 쇠퇴는 시작된다는 점, 그래서 그 완벽한 완성을 아예 포기해 쇠퇴를 막겠다는 발상이 무언가 저를 서글프게 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자기 영지를 떠나 오랜 포로생활을 했으며 성장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 친아들을 자결시키는 등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겨우 천하를 얻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고생하여 얻은 영광의 정점에서 권력의 쇠퇴를 두려워하여 천하인의 힘으로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그가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무덤의 기둥 하나를 거꾸로 박는 것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