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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바의 일본살이

일본에서 집 구하기 : 갱신vs이사(부제: 진드기vs곰팡이)

제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신랑이 미리 일본에 와 집을 구해놓아서 제가 직접 알아보거나 할 일은 없었습니다 신랑이 부동산에서 소개받은 집 몇 곳에 가서 그 댁에 양해를 얻어 영상을 찍어 제게 보여주고 상의를 했었지요 그렇게 얻은 집에서 2년이 지나고 이제는 제가 부동산에 가서 집을 알아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일본 월세 계약 기간은 보통 2년이거든요 저는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집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고 정보도 돈도 부족했습니다 

돈을 갑자기 모을 수는 없지만 정보는 모아야 했습니다 어차피 선택지는 2가지입니다 현재 집의 갱신이냐 이사냐 한국에는 일본의 인구가 줄어 지방 소도시는 빈집으로 골치를 썩인다는 기사가 많이 보도되지만, 그리고 그것도 사실이겠지만 지방 소도시도 컨디션이 좋고 교통도 좋은 <좋은 집>은 수요가 많고 비쌉니다

이사업체 이용 등 이사준비를 제외하고 새 집을 구하는 데에만 들어가는 돈이 많습니다. <시키킹>은 보증금이기에 원칙적으로 이사 시 돌아오지만 퇴거 시 집의 수리비가 발생할 경우 이것으로 퉁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이 역시 안 돌아오는 돈으로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레이킹>은 집주인에게 인사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돌아오지 않습니다 보통 <시키킹>,<레이킹>은 집세의 1~2월치이며 <레이킹>은 물건에 따라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동경 같은 대도시, 지방이어도 신축 맨션 등 좋은 물건에는 대부분 붙는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이건 경우에 따라 무료인 경우도 있습니다 수수료 상한은 임대료의 1개월 분으로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화재 등 재해에 대비해 가입하는 손해보험료와 지역사회 발전금입니다 보험료는 부동산 물건에 따라 가입이 의무화된 경우가 많고 발전금은 소액이지만 2년치를 계산해서 한번에 납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를 하자면 이 모든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이사를 자주 하면 가난해진다는 <힛코시 빈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이점이 있다면 제가 사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이사 시 프리 렌트 한달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달치 집세를 면제해 주는 거지요 이 프리 렌트를 잘 이용하고 <레이킹>이 없는 물건을 찾으면 지금 집의 갱신 비용 정도로 이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 프리 렌트는 대도시의 경우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프리 렌트가 없는 경우, 이사한 달은 일수 계산을 해서 집세를 받는다고 합니다)

다른 선택으로 현재 집 계약을 갱신하자면 갱신비가 붙습니다 갱신비는 집세의 보통 1달치이고 그외 주택총합관리비라고 해서 집세의 절반 정도가 나왔습니다 갱신을 한다고 해서 프리 렌트를 주고 그런 경우는 없으니 당연히 집세는 그대로 줘야 하고요 역시 갱신 시 집세 할인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부동산을 통해 교섭을 시도해봤습니다 부동산은 집세 할인요구에 대한 이야기에 집주인이 해준다 해도 최대 5프로 정도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요구한 금액을 듣자 글쎄요~하는 반응으로 이야기를 전해 보기는 하겠다고는 하였으나 결과는 차가운 거절이었고요

자, 그럼 이제 구체적인 물건을 찾아서 현재 집의 조건과 구체적인 비교를 해보고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저는 인터넷 사이트 <SUUMO>를 이용해서 집을 검색했고 일어가 유창한 신랑은 인근의 부동산 몇 곳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물건이 나오면 같이 가보는 걸로요 

일단 <SUUMO>는 몹시 편리했습니다 아니, 저와 같이 선택지가 적은 가난뱅이에게 편리했다는 게 더 적절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지역을 선택하고 제가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들과 예산을 넣으니 나오는 물건은 10개도 채 되지 않았거든요

제가 선택한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이킹> 없음, 철근 콘크리트 건물, 주차장 무료, 주륜장 무료, 세탁기 옥내 거치 가능, 도시가스, 플로링 바닥재.

먼저 철근 콘크리트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껏 집은 철근 콘크리트로 짓는거 아냐 하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는 아직도 신축이 아닌 물건 중 목조나 철골(골조만 철근이라고 합니다) 주택이 많이 있는데 이것들을 방음이나 겨울 추위에 너무 약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주차장과 주륜장. 이것들 역시 대도시에서는 비용을 받고 제가 사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신축 고급맨션은 따로 비용을 받더군요. 전세가 있는 나라에서 와서 매달 나가는 집세도 생돈으로 느껴지는 제가 주차장 주륜장에 돈을 쓸 수는 없지요

다음으로 세탁기 옥내 거치. 이건 또 무슨 당연한 소린가 했지만 일본에는 집이 좁다보니 세탁기 둘 공간이 없어 복도 등 집 바깥에 세탁기를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으음..신음이 절로 나오는데 어쨌든 더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도시가스. 서울에서 살던 제게 도시가스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곳에서는 프로판 가스가 대부분이더군요 제가 사는 곳은 지방 소도시지만 그래도 나름 관동 지방이고 현청 소재지인데도 도시가스를 기준으로 하니 물건이 확 줄어들더군요 그걸 보곤 내가 이렇게 시골에서 살고 있나 하고 솔직히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시가스를 포기했으면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한 이유는 프로판은 위험하고 번거롭다는 신랑의 인식과, 저희가 만난 모든 부동산 담당자가 프로판 가스 비용이 도시가스의 두배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프로판 회사에서 알아서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번거롭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플로링 바닥재. 이건 또 정말 뭐냐, 바닥이 플로링이나 장판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냐 싶은데 일본에는 다다미가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주택에 <와시츠> 즉 일본식 방이라 하여 다다미 방이 하나씩은 끼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다다미라는 것이 결국은 식물이라고 하니 우리식으로 하면 짚 같은 식물을 엮어 만든 돗자리를 생각하면 되겠지요. 그러니 오래된 다다미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고 당연히 진드기 등 벌레가 생긴다고 하네요..아아아..이쯤되면 저는 그냥...아아아...물론 일본인 중에도 다다미가 싫고 관리를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아 동네 홈센터만 가도 다다미 위에 까는 장판 등은 아주 손쉽게 살수 있습니다만은... 결론은 매몰차게 집세 할인을 거절한 집주인께 넙죽 갱신비를 바치고 2년을 더 갱신하여 현재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후기의 후기- 지금 집도 역시 완벽히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집 구조에 문제가 있어 벽장 등에 곰팡이가 쉽게 핍니다 결국 그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발품을 팔았던 결론은 진드기냐 곰팡이냐의 선택이 되었고 저는 곰팡이를 선택한 것입니다 세상에 자기 집에 백프로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언젠가는 진드기냐 곰팡이냐의 선택보다 좀 더 좋은 선택지를 가지고 선택을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