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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바의 일본살이

일본의 중고나라: 메루카리


꿔바도 한국에 있을 때는 중고나라를 꽤 이용했습니다
사실 일본으로 오기 전 짐을 정리할 때 가장 많이 이용했지요 내겐 필요없는 물건이 소액이지만 현금이 되어 돌아오는 기쁨에 더해 아직 쓸만한 물건을 버릴 때의 죄책감도 느낄 필요가 없어서 많은 짐을 중고나라에서 처분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계속되는 네고 요구라든지 클레임 등의 피곤한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또 대부분이 소액으로 처리하는 옷가지나 잡화 등이다 보니 이걸 사진찍어서 상세히 설명을 써 올리는 등의 노동의 비용이 이걸 팔아서 얻는 금액보다 비싸지 않나라는 생각도 자주 했었습니다

일본에는 <북오프>,<세컨드 스트리트> 등의 큰 중고샵이 꽤나 많고 또 많은 이들이 큰 거부감 없이 중고품 매매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거기서는 절대 중고가로도 제값 비슷하게 받으려고도 생각하면 안돼요

한번은 제가 한국 면세점에서 라코스테 운동화를 샀는데 사이즈 미스로 신지 못해 곤란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일본에 왔는데 한국 면세점이라 환불을 받기도 어렵고 시착만 한 새 제품이고 라코스테 정도면 글로벌 브랜드이니 일본 중고샵에 가서 팔아볼까 하고 중고샵을 찾았을 때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후려치는 걸 본 후에 다시는 다시는 중고샵에 물건을 팔러 가지 않습니다

물론 그 샵도 인건비며 매장운영비며 다 빼고도 수익을 남겨야겠지만 이건 정말 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건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그래서 일본에서도 중고나라, 즉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중고거래 업체가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로 <메루카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메루카리의 흥행 핵심이랄까요, 중고나라와 다른 일본적인 부분, 일본인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바로 <신용>입니다
메루카리는 판매자의 신용이 중요합니다
개인간 중고 거래를 마치면 서로의 상품 신용도와 거래 매너를 평가하게 됩니다
자연히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전에 이 판매자와 거래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서로간에 이를 의식하면서 거래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실제와 다른 상품 설명이라든지 모르는 사이라고 무례하게 반말이나 욕을 한다든지 하는 일은 자연히 줄어들겠지요
물론 낮은 평가를 받거나 해서 다시 아이디를 파거나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렇다면 다시 거래를 많이 해서 신용을 쌓아올리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니 자기 신용을 소중히 관리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거래량이 많고 신용이 많이 쌓인 판매자를 거래량이 적고 신용 축적이 낮은 판매자보다 선호하게 될 테니까요

또 하나는 안전한 매매가 최종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돈을 메루카리가 쥐고 있는 시스템(에스크로)입니다
중고나라 같은 경우 안전거래가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경우 판매자 개인 계좌로 선입금 후 물건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메루카리>는 구매해도 물건이 와서 구매자가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메루카리 측이 돈을 쥐고 판매자에게 주지 않습니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고 확인해 주어야 돈이 판매자에게 넘어가지요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보호입니다 물건은 대부분 택배로 보내지기 때문에 중고나라의 경우 이름과 주소, 핸드폰 번호와 판매자의 경우 은행 계좌까지 엄청난 개인정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노출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꺼림칙한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메루카리에서는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메루카리 전용 택배를 운영합니다
이걸 선택하면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서로에게 이름이나 주소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지요
계약된 택배 사무소에 가서 메루카리 앱의 거래 바코드를 보여주면 자동적으로 송장이 출력되는 식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춰두고 메루카리는 판매 금액의 10%를 가져갑니다 또 판매금액도 바로 판매자 계좌로 송금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메루카리 내 판매액이 1만엔 이상 모였을 때 송금 신청을 할 수 있고 송금에 대한 수수료도 가져갑니다 

저도 이 메루카리를 이용해 일본에서 꽤 많은 물건을 팔아보았습니다만 보통 배송비를 판매자가 부담하는 쪽으로 가격설정을 해서 올려야 물건이 팔리더군요
배송비에 메루카리 수수료, 거기다 일본은 배송비가 너무 비싸서 별로 남는 것도 없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오프라인 중고샵이 워낙 후려치는 가격이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선 중고샵보다는 그래도 메루카리,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는 저같은 판매만 주로 하는 개인의 경우고 구매자의 입장, 전문 판매업자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농산물 등도 메루카리에서 직거래 식으로 하여 좋은 상품을 구매했다는 후기도 종종 보았습니다

덧붙여 신용이 생명이던 메루카리도 요새는 흉흉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명품 관련 거래에서 그런 사기가 있다는데 진품인 물건을 받아놓고는 클레임을 걸어 반품을 하는데 진품은 갖고 대신 가품을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이런 사기가 있는지 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커뮤니티에 종종 돌아다닙니다
신용으로 흥해 상장까지 한 메루카리도 결국 <평화로운 중고나라>화 되는 걸까요

최근에는 <메루페이>라는 결제수단도 개발하는 등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메루카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지만 성장의 기반이 된 신용을 어떻게 지켜나갈까 하는 부분이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